Prologue
또한 실제의 인물·단체·사건과는 일절 관계가 없습니다.
――H력 3년.
나란히 중왕구의 문을 지나,
그 너머의 콜로세움으로 발을 들여놓는 두 명의 인물이 있다.
원…… 한참이 지나도 약해 빠진 꼬마네.
자, 정신 차리고 가 볼까.
왠지 진정이 안 돼서 가만히 못 있겠어!
오늘은 어디 응원해?
중왕구의 여자들이 모조리 관전하러 와.
저기 있는거 DJ ROKURO 아냐?
얼터너티브 랩 배틀에서는 인기에 실력을 겸비한 DJ가 시합을 리드하는 게 규정이야.
DJ ROKURO, 팬이에요!
네놈도 괜한 일거리를 늘리지 마라, 도단츠츠지 로쿠로. 가자.
오늘의 시합은 상당한 혼잡이 예상됩니다.
입장 수속을 마친 관객께서는 지정된 좌석에 가급적 일찍 착석을 부탁드립니다.
HIP HOP에 관심 없어 보이는 층도 보러 왔어.
퍼포먼스가 대단하잖아.
아까 저 사람한테 스승님이라고 했어?
시치미 떼지 마.
네가 든 가방에 로고가 자수로 딱 박혀 있네. DJ ROKURO라고.
속이려고 해 봤자 소용 없다고.
아, 넌 그것도 모르는 딱한 놈이었다 그거구나.
이런 데서 이치로 등신 새끼가 다 보인다.
여기는 중왕구의 소재지야.
괜히 소란이라도 피웠단 봐라.
시합 시작 전에 퇴장당할 거다.
너 언제 악덕 경관에서 점쟁이로 전직했냐?
됐고 말 들어, 사마토키.
여기서 문제를 일으켜서 퇴장당하면 네가 싫어하는 야마다 이치로는 만만세다.
아무튼 귀찮게 구는 야쿠자가 자폭해서 부전패가 될 테니까.
저 안경잡이……
쓸데없는 짓을 해.
둘 다 시합 전에 감정이 격해진 모양이다.
그럴 때는 소관 특제 살무사 드링크를……
난 진정했으니까 괜찮아.
야, 쥬토.
넌 진정을 좀 더 해야겠다.
리오가 기껏 권하는데 마셔라.
사실 전 살무사 알레르기가 있어서……
사마토키 저 자식, 자기들끼리 싸우네.
저 자식들도 지로랑 똑같이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바로 잊어버리는 닭대가리일걸요.
이치 형한테 말 걸었던 것도 잊어버렸다고요.
꼬박꼬박 내 욕 끼워넣지 말라고!
저놈들만 디스하면 되잖아!
화내는 걸 보면 정곡을 찔렸나 보지?
잘 지내는 것 같아서 좋은걸.
여기 있는 사람 전부 출장자라고……
그렇다면 인사를 드려야 예의겠지.
인사마저 망설이면 앞으로의 배틀에서도 힘을 못 발휘할 거야!
어차피 나는 인사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음침한 남자야…….
그런 주제에 하는 일은 【영업】…… 안 맞으니까 관둬라 싶어도 당연해.
앗…… 그래서 대머리 과장은 지겹게 나를 긁어대는 건가……
얼른 때려쳐…… 얼른 때려쳐…… 그런 소릴 하려고……
아아, 맞아…… 분명히 그럴 거야……
나는 회사 입장에서 불량 채권인 거지……
하하하……
먹고 산다고 회사의 종으로 필사적으로 일하고 있는데……
내가 음침해서인가……
내가 음울해서인가……
내가 음산해서인가……
내가 내가 내가 내가……………………
네가 인사도 못 하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나와의 우정은 변함없어!
……뭐, 저 사람답다면 답고.
그런데, 회사원에다 호스트에 의사면 어디서 만난 거냐?
급조했다고는 믿기 힘든 조합이군.
겉모습이나 직위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한 상대겠지.
신주쿠 디비전…… 【麻天狼】의 힘을 자네에게도 꼭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점점 더 기대되는걸.
이번 배틀, 진짜 거칠어지겠는데.
흥분돼서 몸이 다 떨려.
……뭐―지, 쟈쿠라이도 있네.
노인 냄새 장난 아니란 생각도 안 했어~☆
허나 이도 필연인가…….
운명에 이끌려 모인 자들로서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일지도 모릅니다.
소생이 보는 바로는 저 두 사람의 사이에는 깊고 어두운 무언가가 놓여 있습니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다이스.
그리고 저놈들 사이에 뭐가 있든 상관없다고.
시합 들어가면 어차피 부딪칠 상대야.
다소 살기등등하면 또 뭐 어떠냐.
쟈쿠라이는 놔두고 나만 혼내!
훌쩍훌쩍……
그래도 이런 데서 괜히 시비 걸어서 무슨 의미가 있어.
나, 쟈쿠라이 무지 싫어하는뎅☆
쟈쿠라이, 완전 짱나☆
압도적인 리릭과 세련된 라임을 쏟아내며 지금까지의 시합에서 승리를 거둔,
경이로운 디비전이 넷――
그 모두가 여기에 모였다.
삼형제가 만들어내는 정교한 언어의 연계와 장남의 숨쉬듯이 엮어내는 초절 라임이 특색인――
【Buster Bros!!!】
요코하마 일대를 관리하는 야쿠자를 톱으로 정의와 악, 양면의 얼굴을 가진 크레이지 집단,
순식간에 퍼붓는 리릭은 상대의 전의를 죽인다――
【MAD TRIGGER CREW】
POP하고 애교 넘치는 퍼포먼스와 상대를 도발하는 듯한 앤서가 특징으로
수많은 팬을 보유한――
【Fling Posse】
미스테리어스한 분위기와 독특한 리듬으로 다른 이를 끌어들이는 탁월한 플로우가 매력.
잠들지 않는 거리, 신주쿠 대표――
【麻天狼】
이 네 팀에 의한 얼터너티브 랩 배틀의 준결승이 바야흐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입장 수속을 마친 관객께서는 서둘러 착석할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후, 이 자리의 모두가 알게 된다.
――이 날의 만남이 모든 것의 시작이었음을.